역사적 CHIPS Act의 흥미로운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
지난해 하반기, 여름의 마지막 구간에서 가을로 접어들 무렵, CHIPS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둘러싼 조급함과 점점 커지는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1년 전인 2022년 8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은 양당의 고위 정치인, 기업 경영진, 노동조합 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열광적인 인파 속에서 법안에 서명하며, 임기 중 가장 화려하고 축제 분위기의 행사를 펼쳤습니다.
반도체 생산 유인을 위한 창의적 인센티브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대담하고, 반드시 공격적이며, 야심찬 입법으로 내세워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즉시 이 법안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에 약 530억 달러를 배정하는 초당적 성공이라며, 국내 반도체 공급망 활성화, 수만 개의 고임금 제조 일자리 창출, 중국의 전략적 시장 잠식 견제라는 목표를 강조했습니다.
CHIPS 및 과학법 통과 이후 지지부진한 첫 해
법안 통과 당시 쏟아진 미디어 보도와 화려한 분위기와 달리, 그 후 몇 달 동안 보조금 지급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CHIPS Act 시행 1주년 당시에도 상무부는 막대한 보조금 중 어느 수혜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연방 관계자들과 업계 내부에서는 인내심을 촉구하고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공공 투자의 혁신적 투입이 지연되면서 실망과 비판이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산업 전략의 대대적 전환이 관료주의 관성이나 과도한 연방 감독, 지루한 협상 끝에 무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속도 내는 보조금 집행: 5개월간 10건 지급
이후 지난 12월, 첫 번째 보조금이 발표되었습니다. 방위산업체 BAE Systems가 법안에서 3,500만 달러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후 4개월 동안 상무부는 더욱 활발한 행보로 4개의 추가 수혜자와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8개 주의 10개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1년이 넘는 긴 기다림 끝에 CHIPS Act의 보조금이 실제 지급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약 180억 달러의 보조금이 예비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상무부의 배분 일정에 따르면, 올해 안에 더 많은 지급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개별 보조금과 지원되는 프로젝트,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지정학 전략·글로벌 경쟁에 미치는 다각적 영향 등을 살펴보기 전에, 이 역사적인(비록 속도는 더뎠던) 연방 법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시대적 맥락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CHIPS Act의 복잡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전사(前史)
2010년대 후반, 미국 지도부는 점차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미국이 필수적 반도체 산업에서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990년,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36%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에는 전체의 10% 정도에 그쳤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분류되는 최첨단 반도체(일반적으로 10나노미터 이하 공정)는 미국 내 팹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비록 칩 설계 등 반도체 공급망의 다른 영역에서는 강세를 보였지만, 세계 최고 파운드리 사이에서 입지가 약화된 현실은 명백한 우려 요인이었습니다.
미국의 느린 행보, 부상하는 중국의 반도체 도전
미국의 반도체 제조 주도권과 산업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동안,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의 움직임은 정반대의 궤적을 보였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대만·일본·한국 등 글로벌 강자들과 비교해 여전히 작지만, 중국 정부는 다방면의 국가 주도 전략을 펼쳐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해왔습니다. 그 전략에는 중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업체 인수, 해외 인력 유치(일명 유출), 첨단 장비·소프트웨어 대규모 구매, 심지어 지적 재산권 탈취 시도 등도 포함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중국 공산당(CCP)이 단순히 수사와 민족주의적 구호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십억 달러의 정부 자금을 전략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설계·생산의 주요 주체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2023년 의회에 제출된 공공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주도의 수직 계열화 반도체 산업 육성 노력은 전례 없는 규모와 범위를 자랑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생산 및 관련 설계·연구 역량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선도 기업들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AI 기반 첨단 무기 개발 가속화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의 빠른 반도체 산업 발전이 단지 경제적 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각종 보도와 연구 및 정부 정보에 따르면, 중국의 공격적 산업 육성 정책은 2050년까지 세계 일류 군사력 개발이라는 더 큰 야심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 역량을 갖추기 위해, 중국은 AI 기반 무기 등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진보된 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 지도부가 이러한 중국의 복합적 위협에 점점 더 깊게 인식하기 시작한 가운데, COVID-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전 세계 공급망에 대혼란을 일으키고 수요 역학까지 급변시킨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심각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경험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주요 제조사들은 동아시아 반도체 팹에 과도하게 의존한 대가를 절실히 실감했고, 대만·일본·한국 등 특정 지역 공급망 병목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가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이런 사태 이후, 공급망 자립에 대한 의지가 급격히 고조됐습니다. 산업이 안정되고, 사회 전반이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자, 공급망 ‘온쇼어링’(국내 이전)·‘니어쇼어링’(인접국 이전) 추진은 일시적 대응에서 벗어나, 국가 전략적 과제로 굳어졌습니다.
미국 반도체 자립 역량 회복 시도
이처럼 복합적인 경제·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의회와 바이든 행정부는 CHIPS Act를 이루는 여러 입법적 조각을 모아냈습니다. 이 법안이 마치 ‘일석사조’의 정치적 성취로 비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텔, TSMC, GlobalFoundries 등의 기업이 미국 내 건설·현대화 프로젝트를 진전시키는 가운데, 정부는 이 보조금이 국내 반도체 업계 활성화, 잃어버린 공급망 자립 회복, 고임금 일자리 창출, 제조업 르네상스 촉진이라는 긍정적 파급을 일으키길 기대합니다. 또한, 이 법안은 중국의 야심에 대한 강력한 대응 수단이자, 미국 반도체 산업 위상 강화를 통한 기술·경제 격차 확대를 겨냥한 주요 전략으로도 기능합니다.
지금까지의 반도체 제조 보조금 수혜 기업
지난해 12월 11일, 미국 상무부는 군수업체 BAE Systems에 CHIPS Act를 통한 연방 보조금 약 3,500만 달러 지급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후 몇 달 사이, 여러 기업들이 추가 보조금을 배정받았습니다.
기업명: BAE Systems
보조금: 3,500만 달러
지급일: 12월 11일
프로젝트: 현대화 및 생산능력 확장
예상을 깨고, CHIPS Act의 첫 보조금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나 유명 업계 핵심 기업이 아닌, 영국 항공 우주·방위산업체의 미국 자회사인 BAE Systems, Inc.에게 돌아갔습니다.
BAE Systems는 방위산업 분야의 오랜 주요 공급업체로, 뉴햄프셔 본사의 Microelectronics Center에서 F-15·F-35 전투기 등에 탑재되는 군용 첨단 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조금 지원 사업은 해당 칩의 생산량을 기존 대비 4배로 늘리고, 공장 장비와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형 상업기업이 아닌, 비교적 틈새 방위산업체에 첫 자금을 배정한 결정은 CHIPS Act의 국가 안보 중시 기조를 강조하려는 의도적 선택이었습니다. “위대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사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반드시 미국 내에서, 미국인에 의해 생산해야 합니다.”라고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BAE Systems 내슈아 시설에서 열린 행사에서 밝혔습니다.
기업명: Microchip Technology
보조금: 1억 6,200만 달러
지급일: 1월 4일
프로젝트: 현대화 및 확장
BAE Systems가 첫 사례로 선정된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바이든 행정부는 애리조나 주 기반 반도체 제조사 Microchip Technology에 1억 6,2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자금은 미국 내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및 다양한 반도체 장치 생산력 강화를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이들 칩은 국내 주요 산업과 군사 기술에 필수적 역할을 합니다.
보조금은 두 프로젝트로 나누어 배정됩니다. 9,000만 달러는 콜로라도 팹의 현대화 및 생산능력 확장에, 나머지 7,200만 달러는 오리건 주 생산설비 확장에 투입됩니다. Microchip Technology는 최첨단 칩 제조사로 대중적 평판은 높지 않으나, 미국 국방부에 중요한 국산 파운드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팬데믹 당시 반도체 공급 부족 시에도 미국 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 활약했습니다. 상무부는 이번 지원 결정의 목적을 “이들 칩의 신뢰성 높은 국내 공급망 안정성 강화”라고 밝혔습니다.
기업명: GlobalFoundries
보조금: 15억 달러(보조금), 16억 달러(대출)
지급일: 2월 19일
프로젝트: 신규 팹 건설 및 현대화
상대적으로 소규모 보조금 지급이 두 차례 이뤄진 이후, 2월 상무부는 GlobalFoundries와 협약을 체결하고, 북동부 미국 내 두 대형 프로젝트에 15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보조금은 뉴욕 말타 캠퍼스 내 신규 반도체 팹 건설에 13억 7,500만 달러와 추가 16억 달러의 대출 지원이 포함됩니다. 해당 신규 팹의 총 공사비는 110억 달러가 넘을 전망입니다. 두 번째 사업으로는, 버몬트 주에 위치한 기존 팹 현대화에 1억 2,500만 달러가 배정됩니다.
GlobalFoundries는 미국 최대의 순수 파운드리로, 이번 대규모 보조금 지급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온쇼어링 및 제조 역량 재건을 위한 명확한 정책 행보입니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GM과 체결한 장기 계약에 따라 GlobalFoundries가 자동차용 칩 주요 공급사로서 역할을 지속하도록 지원 의도도 갖고 있습니다.
기업명: Intel
보조금: 85억 달러(보조금), 110억 달러(대출)
지급일: 3월 20일
프로젝트: 팹 건설·현대화·확장
아마도 CHIPS Act 내 단일 최대 보조금으로 기록될 이번 프로젝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미국 전역 대형 프로젝트 수용을 위해 85억 달러(대출 110억 달러 포함)를 배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해당 계획에는 애리조나 주 캠퍼스 내 두 개 팹 신설, 오리건·뉴멕시코 내 대규모 확장·현대화, 그리고 오하이오 주 내 완전히 새로운 반도체 생산 허브 설립이 포함돼 있습니다. 프로젝트 전체로 인해 약 30,000개의 새로운 미국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입니다. 이 중 20,000개는 건설 관련, 10,000개는 완공 후 상시 제조직입니다.
이처럼 많은 인센티브가 인텔에 집중된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첫째, 미국 소재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인텔은 국내 제조업 부흥 정책 내에서 중요 역할이 보장됐습니다. 둘째, 보조금 상당 부분이 최첨단 칩 생산을 위한 신규·현대화 팹 건설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산업의 핵심 영역인 최첨단 칩 제조 활성화는 바이든 행정부와 정책 책임자 모두의 변함없는 우선순위입니다. 레이몬도 장관이 CHIPS Act와 보조금 발표마다 강조해온 바와 같이, 첨단 칩은 임박한 AI 혁명 및 신기술 발전의 동력이며, 현재 미국 내에는 이를 생산하는 팹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기업명: TSMC
보조금: 66억 달러(보조금), 50억 달러(대출)
지급일: 4월 8일
프로젝트: 팹 건설
2020년,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주를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2년 뒤인 2022년,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는 같은 주에 두 번째 팹 설립을 약속하며 미국 제조 네트워크 확장에 나섰습니다. 올해 4월 초 공식 지급된 CHIPS 보조금은 TSMC의 이 두 개 신규 팹과, 동일한 제조 클러스터 내 세 번째 공장 건설을 지원합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 활성화 및 자립이라는 전략적 목적에 수십억 달러를 외국계 기업에 지원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그 결정에는 분명 논리가 있습니다. 이 공장들이 몇 년 내 가동에 들어가면, 총 65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비를 들여 최첨단 양산 칩(2나노미터 공정 포함)을 만들게 됩니다. 이는 미국 내 주요 산업의 필수 장치 공급망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지역 지정학적 충돌 등으로 인한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첨단 칩 제조 비중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무부는 공식 발표문에서 “TSMC 팹의 첨단 칩이 미래 경제의 기반이 되어 AI 붐과 소비자 전자 및 자동차·IoT·고성능 컴퓨팅 등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반도체 제조 현장이 마주한 복합적 도전과 불확실성
지난 2년간은 미국 반도체 제조에 있어 역동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연방 보조금 외에도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 발표가 이어졌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눈부신 성장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입법 성공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행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구조적·근본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쉽사리 극복되지 않을 난제일 수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온쇼어링의 두 가지 과제
첫 번째 과제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다수 프로젝트는 수년의 장기 일정이 소요되며, 특히 신규 팹 건설은 2027~2028년 가동 시점까지 업계 트렌드를 장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 사이 최첨단 기술이 더 빠르게 발전할 경우, 미국 내 신규 공장이 또 다시 ‘최첨단’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장애물은 ‘국내 인재 부족’ 문제입니다. 반도체 팹은 고도로 특화된 엔지니어와 기술자가 필요하지만, 미국 대학들은 현재 급증하는 제조 인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난은 인텔, TSMC 등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에 곧 본격적 문제로 다가올 전망입니다. 신규 시설의 생산일정에 맞춰 적정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막대한 초기 투자비 회수를 방해하고 기업당 수백만 달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재난이 전반적 산업 확장 현장의 상존 위험이 될 경우, 이 법안의 명성마저 실추시키며, 미국 내 과도한 성장에 대한 반도체 업체들의 경계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CHIPS 및 과학법의 성공 여부는? 시간만이 답
결국, CHIPS Act가 진정 성공인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이십 년대 후반까지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레이몬도 장관, 그리고 법안의 적극적 지지자들은 이미 CHIPS Act가 글로벌 공급망 혁신과 미국 제조업 부흥을 이끈 촉매제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법안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 실험에 그치거나, 구조적 난제 속에 최상위 목표를 영영 달성하지 못한 채 애매한 유산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