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팹 인력 부족의 의미

반도체 팹 르네상스의 길목에 최대 걸림돌이 있습니다· 숙련된 국내 인력의 부족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며,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미국 반도체 팹 인력 부족의 의미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는 CHIPS 법(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 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 and Science Act)을 법제화하였습니다. 이 획기적인 법안은 반도체 제조·연구개발·인력 양성에 미화 5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고, 이 외에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세제 혜택을 마련하였습니다. 

2022년 여름 이 법안이 통과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과 그로 인한 반도체 부족에서 여전히 충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산업군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연방정부의 이례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역동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미국 납세자의 세금 투자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다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선두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CHIPS 법만으로는 미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충분하지 않은 이유

CHIPS 법 통과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반도체 제조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내 산업의 주요 과제는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 CHIPS 법이 제정된 지 거의 1년 만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가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 “Chipping Away: Assessing and Addressing the Labor Market Gap Facing the U.S. Semiconductor Industry”는 미국 반도체 산업 내 인력이 345,000명에서 2030년에는 약 460,000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는 약 33%의 상당한 성장에 해당합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는 이 고도로 전문화된 제조 분야가 향후 7년간 미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할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발표 직후 언론의 주목을 받은 통계는 그 다음에 이어진 수치였습니다. 전기공학·컴퓨터공학 등 관련 분야 학위 취득률을 감안할 때, 2030년 미국 반도체 산업에는 약 70,000개의 일자리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 중에는 기술자, 엔지니어, 컴퓨터 과학자 등이 포함됩니다. (SIA의 보고서에 더해, 딜로이트(Deloitte)도 미국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규모가 앞으로 수 년 내 최대 90,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산업연구 보고서가 미국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는 점 자체가, 반도체 제조의 중요성이 미국 사회에 얼마나 깊이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보고서는 “인재 격차 해소는 미국 경제 성공과 반도체 산업의 지속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술 업계 전체가 이러한 도전을 함께 극복해야 하지만, 반도체는 미래 핵심 기술 거의 모든 분야의 기반이 되기에, 인력난 극복이 산업 성장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TSMC 애리조나 팹에서 이미 나타나는 숙련 인력 부족 현상

이 연구 결과가 수년 뒤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긴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미 반도체 인력 부족이 현실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TSMC(대만반도체제조) 마크 리우 회장은 애리조나 반도체 제조 시설(TSMC Arizona) 개소가 연기될 것임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반도체 등급 시설의 장비 설치에 필요한 전문 역량을 갖춘 숙련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2024년 가동 예정이었던 TSMC Arizona의 경우, 인력난으로 인해 2025년으로 가동이 연기되었습니다. 이는 반도체 인력난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미국 반도체 인력 부족 원인

그렇다면 왜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이처럼 심각한 인력난이 예고되고 있는지, 원인에 대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2021년 기준 이 산업의 전 세계 매출은 5,5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30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CHIPS 법의 성과를 홍보할 때마다 언급했듯이, 이 분야에는 4년제 학위가 없어도 가능한 기술직 등 고소득 일자리가 다수 존재합니다. 

이처럼 성장하는 산업에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왜 더 많은 미국인들이 반도체 제조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기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인력난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Labor Shortage in Semiconductor fabs

반도체 일자리 수요에 대한 가시성 부족

이 현상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백악관 CHIPS 실행 조정관 Ronnie Chatterji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 내 일자리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등 관련 분야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관심 레이더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즉, 가시성 부족이 적합한 역량을 갖춘 이공계 학생들이 반도체 설계·제조·기타 칩 산업 세부 분야로 진입하는 것을 저해해 온 것입니다. 또한, 미국 대학에서 공학 관련 고급 학위를 취득하는 졸업생 중 상당수가 외국인 신분이며, 미국 이민 정책상 이들이 취업 비자를 취득하기 어렵기에 이 우수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반도체 제조사로 진출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른 공학 분야 대비 높은 학습 곡선

반도체 산업 진입 시 유독 높은 학습 곡선도 문제로 지적됩니다(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관련 분야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집니다).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는 전기공학, 통계 등 여러 학문 영역의 높은 수준이 요구되며, 산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급 학위 취득뿐 아니라 장기간의 현장 실습까지 필요합니다. 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상대적으로 요구 학력이 낮고 전문 교육 기간도 짧으며, 보상도 더 높으므로, 교육·훈련 대비 미래 수익률이 선호도가 더 높아 많은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대신 타 분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점도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반도체 인력난 심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반도체 생산시설 인력난이 불러올 영향 

만약 미국이 2020년대 후반까지 반도체 산업의 성장 수요만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영향은 다방면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파장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내 수익 손실 및 일자리 기회의 상실

장차 미국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요구될 기술자, 엔지니어, 컴퓨터 과학자 등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국 사회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 및 GDP 손실을 겪게 됩니다. 이는 수만 명의 중산층 및 상위 중산층 일자리 기회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소득 격차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미국 사회 전체에 역시 큰 좌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Supply Chains Vulnerable to Semiconductor Chip Shortages

반도체 칩 부족에 취약해지는 공급망

또한,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미래 공급망 혼란에 더욱 취약해지고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팬데믹 시기 반도체 부족으로 수십 개 산업군이 타격을 입었고, 자동차 산업 등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가격 급등을 초래했으며, 수천억 달러의 매출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팹 르네상스’의 좌초 위험

CHIPS 법과 이후 추진되는 ‘팹 르네상스’의 핵심 동인은 강력한 공급망 복원력과 자립성 확보입니다. 만약 앞으로 5년간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성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미국은 다시금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위기 때에는 특정 아시아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병목 현상을 반복적으로 겪게 될 위험이 큽니다. 

미·중 ‘칩 전쟁’에서 커지는 국가안보 리스크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측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소위 ‘칩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제조사가 중국에 판매하는 제품에 수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도입 중이며, 중국 공산당 측에서도 미국 마이크론(Micron) 칩의 주요 인프라 납품 금지 등 맞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칩 전쟁은 사이버 안보, 국방, 군사 기술, 국가 간 역학 등 여러 영역에서 심화되고 있으므로, 반도체가 ‘신 석유’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 확보 및 산업 역량을 가진 국가가 향후 수십 년간 국제적 분쟁 및 전략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미국이 향후 몇 년간 국내 반도체 산업 확장의 기회를 놓친다면, 단순히 개인의 번영을 넘어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까지 잃게 될 수 있습니다.  

US China Chip Wars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유럽도 직면한 반도체 인력난

짧게 언급할 만한 점은, 유럽 등 다른 서구 국가들도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서 유사한 인력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 등 EU 회원국은 주요 반도체 제조사가 대규모 팹을 건설함에 따라, 대학생들을 산업 엔지니어·기술자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 개선에 분주합니다. EU도 480억 달러 규모의 자체 Chips Act를 통과시켰으며, 각국 역시 정부 보조금 지원 시설을 건설·운영할 전문가 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인력난 극복 방안 

다행스럽게도, 반도체 전문 인력난 대응에 있어 반도체 제조사·고등교육 기관·연방 및 주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Semiconductor shortage
  1. 지역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을 통한 숙련 인력 양성 

숙련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핵심은, 반도체 제조사가 팹이 건설되는 지역 사회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Intel, TSMC, 삼성, Texas Instruments 등 주요 기업들이 애리조나·텍사스·오하이오 등 주요 주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공장 건설 일정을 맞추고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지역 대학·커뮤니티 칼리지·기술 학교 등과 협력해 역량 있는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는 2년제 기관과 연계한 자격증 과정·도제식 현장 실습 도입, 4년제 대학과의 커리큘럼 신설 등이 해당됩니다. 관련 학제 개발에 기업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산업과 교육의 연계를 공고히 해야 합니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사는 각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가시성·일자리 기회 등을 통해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인력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Manufactures of Chips
  1. STEM 전공 졸업생의 반도체 산업 진출 유도

SIA 보고서가 밝힌 핵심 결과 중 하나는 STEM 학위 취득자 중 실제로 반도체 산업 진출자가 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결국 미국은 더 많은 이공계 졸업생이 엔지니어·회로 설계자·기술자로 반도체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CHIPS 법은 이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 확산·관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정부 주도 프로젝트(예: 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CHIPS For America Workforce and Education Fund)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강화하고, STEM 졸업생들에게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이고 보람 있으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력 경로임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습니다. 

  1. 미국 반도체 기업 브랜드 인지도 강화 

McKinsey & Company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및 학생 설문 결과, 반도체 브랜드에 대한 태도는 다소 미온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반도체 기업을 Apple·Amazon·각종 소셜 미디어 등 대형 소비자 대상 브랜드만큼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흥미도·보상·인재 개발 기회” 모두에서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더 매력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조차 채용시장에서는 빛나는 빅테크 기업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반도체 기업도 엔지니어·소프트웨어 개발자·기술직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고, 업계만의 매력·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한 방안 중 하나로, 노트북 등 최종 사용자가 접하는 하드웨어에 기업 로고를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Intel, Advanced Micro Devices, Inc., Micron Technology 등 미국 반도체사가 일상 명사에 가까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면, 더 많은 인재가 반도체 업계 진출을 선망하게 되어 기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